화, 2022년 2월 08일 - 04:12
<4대강 남세균의 경고, 응답하라 대선 후보여>
‘한국인의 밥상’이 위험하다. 4대강사업으로 만들어진 ‘녹조라떼’ 독성이 우리 식탁에서 검출됐다. 이 녹조라떼가 바로 남세균(Cyanobacteria)이며, 남세균이 내뿜는 독성(Cyanotoxin)이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다. 녹조라떼 창궐 10년이 넘도록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담지자로서 국가는 어디에 있었는가? 녹조 관련 국내외 전문가와 민간단체가 수없이 사회적 경종을 울렸음에도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의사도 고치지 못한다.”라는 게 의학의 시조인 고대 그리스 히포크라테스가 한 말이라 한다. 동양에서도 ‘병은 밥으로 잡고 그래도 낫지 않을 땐 약을 쓴다’라는, 즉 ‘밥이 보약’이라는 인식이 있다. 먹거리가 그만큼 중요하기에 동서고금의 어떤 시대, 어느 나라에서도, 보수·진보 등 이념 성향과 상관없이 국민 먹거리 안전은 언제나 최우선 정책이었다.
불행히도 세계 경제 순위 10위 권의 21세기 대한민국 먹거리에서, 그것도 우리 국민의 주식인 쌀과 우리 민족 전통 음식 재료인 배추와 무에서 청산가리(시안화칼륨) 100배 이상의 독성을 지닌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2010년 국제암연구기관(IARC)은 마이크로시스틴(LR)을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했다. 마이크로시스틴과 같은 남세균 독성은 간 독성, 신경독성, 뇌 질환 유발 물질이라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다. 더욱이 최근 극히 소량의 마이크로시스틴이라도 정자 수 감소, 난자 악영향 등 생식 독성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그에 따라 이미 프랑스 등에서는 관련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 마이크로시스틴이 쌀과 무, 배추에서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 생식 독성 가이드 라인의 2~6배, 많게는 11배가량 높게 검출된 것으로 추산된다.
안타깝게도 이번 결과 역시 예견됐다. 2021~2022년 민간단체가 주관한 국내 마이크로시스틴 실태 관련 조사는 경향성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낙동강, 금강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최대 7,000ppb가 검출됐다. 미국 환경보호청(EPA) 물놀이 금지 가이드 라인(8ppb)의 875배가 넘는 수치다. 분석을 맡은 부경대 이승준 교수마저 “이렇게 높은 수치는 처음 본다.”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 정도 상태의 물로 식수를 만들고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환경 후진국’에서조차 있어서 안 된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끓여도 분해되지 않는 물질로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녹조 독성은 농작물에 축적되지 않는다’라는 밝혀왔다. 그러나 지난 10월 민간단체 주관 실험(녹조 물로 키운 상추)에서 농작물에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적된다는 사실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이번엔 실험환경이 아닌 낙동강, 금강 노지 재배 쌀과 배추, 무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물속 고농도 남세균 독성이 주변 농작물에 축적되는 경향성이 이번 결과를 통해 확인된다. 이는 해외 연구 결과와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여러 우려를 낳게 한다. 녹조 번성 시기가 지난 11월 채집한 쌀과 배추, 무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것은 녹조 번성 시기 출하 작물의 경우 더 고농도 독성이 포함될 수 있다는 걸 가정하게 한다. 또 해외 사례처럼 다른 작물과 어패류에서도 축적될 수 있다. 농산물은 지역 내 소비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유통된다. 원산지 표시제는 ‘국내산’만 돼 있을 뿐 녹조 창궐 지역에 대한 정보는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시기별, 지역별로 체계적인 조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충격적인 소식은 또 있다. 이번 조사에서 남세균의 또 다른 독성인 실린드로스포몹신(Cylindrospermopsins)이 확인됐다. 미국, 캐나다에서 강과 호수 상태를 진단할 때 대표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실린드로스포몹신이다. 간 독성, 신장 독성을 유발하는 이 독성은 마이크로시스틴과 만났을 때 독성을 더욱 배가시킨다는 연구가 있다. 이번 조사에서 실린드로스포몹신이 강에서뿐 아니라 인접 지역 지하수에서도 검출됐다. 해외에선 이미 녹조 창궐 지역 지하수에서 독성이 검출된다는 연구가 있듯이, 우리도 남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맹독성을 지닌 마이크로시스틴과 실린드로스포몹신 검출은 우리 사회가 제대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또 이들 물질은 우리 강의 상태가 정말 심각하다는 걸 말해준다. 정부는 남세균 독성 관련 위험평가, 위험관리, 위험 소통에 소홀하면서 민간단체 참여 위험 거버넌스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그에 따른 피해는 결국 우리 국민이 보고 있다.
4대강사업 이후 지난 10년 넘게 남세균은 우리 사회에 경고를 보냈다. 우리 강이 심각하게 병들어 있다는 걸. 우리는 역사를 통해 강이 지속가능하지 않았을 때 사람도 지속가능하지 않다라는 걸 알고 있다. 역으로 강의 자연성이 회복되면 현세대는 물론 미래 세대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제 대선 후보들이 나서야 한다. 후보들이 남세균 독성 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생식 독성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면서 남세균 독성 문제를 종합적 해결을 위해 민간 전문가, 민간단체와 함께 위험평가, 위험관리, 위험 국민 소통부터 다시 해야 한다. 우리 국민건강과 직결된 우리 강 자연성 회복은 민생문제이자 국민 안전 문제라는 점을 망각해선 안 된다. 우선 막혀 있는 보 수문부터 열어야 한다.
대선후보들이여! 민생문제·국민 안전 문제인 우리 강 자연성 회복에 즉각 응답하라!
2022.02.08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대구환경운동연합
<오마이뉴스>‧<뉴스타파>‧사) 세상과 함께·환경운동연합
※ 사진제공 : 함께사는길 이성수 기자